#18_REEBOK FURY. 235mm.

네이버에 ‘키미스토어’만 치면 블로그에 후기가 한 가득. 그녀는 강동구 성내동의 핫한 카페, <키미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아기자기하고 아늑한 카페 분위기에 어울리게 조근조근 자신의 신발과 좋아하는 것을 말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정리해본다.

    • Q: 이 신발. 요즘에 나오는 신발은 아니죠?
    • 아니에요. 옛날에 나왔어요. 제가 중고등학교 때 일본패션 잡지를 되게 많이 봤었는데 그때 이 신발을 봤었어요. 우리나라에는 흔치 않던 신발이에요. 이름은 리복의 퓨리. 잡지에서 본 이후로 사고 싶어서 인터넷에 알아보니 되게 비싸더라고요. 그 당시 20~30만 원 했었어요. 맨 처음엔 그렇게 못 사고, 나중에 스물두 살에 처음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퓨리를 사게 되었어요.
    • Q: 그 퓨리가 이거에요?
    • 아니 이거 말고 다른 거에요. 퓨리가 여러 가지에요. 모양은 하나지만 색깔이나 패턴, 그리고 소재를 다르게 하면서 여러 가지 모델이 나오거든요. 다 매력있다고 생각해요.
    • Q: 여러 가지 퓨리 중에서 이 신발을 구매하고 또 오늘 신게 된 이유는 있나요?
    • 이게 가장 예뻐요. 여름 색이라서. 처음에 산 건 여름에 신기는 약간 더운 색깔이고. 보여 드릴게요 잠시만요(신발을 가지고 왔다). 이 신발이 스물두 살때 산 퓨리에요. 제가 신고 있는 건 스물네 살때. 사고 싶은 퓨리가 더 있었지만 맞는 치수도 없고, 가격도 너무 비싸고.
    • Q: 퓨리가 왜 좋아요?
    • 디자인이 혁신적인 거 같아요. 끈이 없잖아요. 그리고 공기 주입되는 거. 이거 아세요?
    • Q: 네. 옛날에 중학교 때 친구들이 자랑했었어요(웃음).
    • 네. 맞아요(웃음). 사실 리복의 인기 상승에 한몫한 신발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이 아래에 보면 카본이라고. 바닥에 다른 신발과는 다른 소재를 써요. 착용감에 그만큼 신경을 쓴 거겠죠. 그런데 사실 제가 신발을 좀 구겨 신거나 험하게 신어선지 이 부분이 잘 망가지긴 해요.
    • Q: 신발을 험하게 신으시는구나. 신발 뒤축을 보니까 굽이 좀 있는 신발이네요?
    • 그렇네요. 키 높이 역할도 하겠네. 그 생각은 못했네요(웃음). 참, 4년 전엔가 새로운 퓨리 모델을 빅뱅이 신기도 했었어요. 작년에 공효진이 드라마에서 신어서 유명해지기도 했고요. 저 사실 연예인 신발 이런 거 되게 싫어하긴 하는데. 인기가 많아지면 가치가 줄어들잖아요.
    • Q: 그렇죠.
    • 그리고 신발이 아무 데나 다 잘 어울려요. 그러면서도 포인트가 되는 신발. 그래서 정말 좋더라고요. 또 제가 지금은 나오지 않는 모델. 독특한 거. 이런 제품을 좋아해요. 나이키 프레스토도 좋고. 저는 옛날 게 좋아요. 클래식 모델들.
    • Q: 신발 말고 다른 것들도 그런가요? 예전에 페이스북 보니까 빨간 코카콜라 로고의 투명 유리컵에 우유 들어가 있는 사진을 like 한 거 봤어요(웃음). 유리컵 쉐잎이랑 로고가 클래식해서 인상에 남았는데.
    • 어. 네. 맞아요. 빈티지를 좋아해요. 저는 뭐든지 처음에 나온 게 가장 멋스럽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브랜드를 보더라도 오리지날이 가장 예쁜 거 같아요.
    • Q: 본인에게 ‘예쁜 것’이란 뭘까요.
    • 빈티지. 리복 로고도 처음에 나왔던 파란색에 빨간색 로고. 요즘은 재해석해서 너무 세련되고 그런 게 좀 아쉬워요. 안 끌려요. 전혀.
    • Q: 남들이 잘 찾지 않는 걸 찾았을 때의 뿌듯함이 큰 건 아닐까요?
    • 그런 것도 있겠죠? 흔치 않은 걸 가지고 있다는 느낌. 그런데 그런 정서적인 느낌도 있지만 오리지날이 주는 아름다움이 분명 있는 거 같아요.
    • Q: 그런 오리지널 상품은 현재는 팔지 않는 경우가 많을 텐데요. 구매정보는 어디서 얻으세요?
    • 일단 좋아하니까 어디든 끈질기게 찾아보게 되는데요. 역시 인터넷에서 정보를 많이 얻죠. 저는 카페 일을 하다 보니까 틈틈이 시간이 나잖아요. 그때 노트북으로 찾아봐요. 구글링도 하고, 그런 물건에 관심 많은 블로거가 있어요. 즐겨찾기에 추가해놓고 상품 같은 거 올리면 또 구글링해서 찾아보고.
    • Q: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이유가 그런 걸 공유하고 싶은 이유 같은 것도 있을까요? 직접 꾸민 인테리어를 보니 그런 생각도 드네요.







  • 카페를 하는 이유나 목적이 그렇지는 않아요. 빈티지 아이템은 단지 좋아서 찾는 것 중의 하나고요. 어렸을 때부터 워낙 패션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 관심이 인디 음악, 인테리어와 같이 확대되더라고요. 그런데 그런 것도 다 패션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로고. 패키지 디자인 같은 것도요.
  • Q: 카페 인테리어는 아기자기한 게 많네요.
  • 네. 카페를 꾸밀 때 큰 그림을 그리지는 않았었어요. 하다 보니까 이렇게 알록달록해졌어요. 소품들은 옛날부터 모아두었고 운영하면서 중간에 사기도 했어요. 저는 새 느낌이 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여행 갔을 때 플리마켓에 들르는 걸 좋아해요. 엔틱한 거. 하지만 새 느낌이 안 나는 물건을 좋아한다는 거지 중고물품만 산다는 건 아니에요. 빈티지스러운 새 상품을 좋아해요.
  • Q: 그럼 카페도 그렇게 확고한 빈티지 스타일로 바꾸고 싶으신 생각은 없으세요?
  • 카페요. 바꾸고 싶은 부분 너무 많죠(웃음). 테이블과 의자도 비비드하게 해보고 싶고. 벽에 타일 장식도 해보고 싶고.
  • Q: 꿈이라고 해야 할까, 카페는 꿈이었나요? 아니면 해보고 싶은 다른 게 있어요?
  •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카페도 하고 싶은 것 중의 하나였어요. 3년 뒤에는 이 일을 하면서 다른 일도 함께 하고 있지 않을까. 유학을 갈 것 같기도 해요. 핀란드에 디자인학교에 가고 싶어서 살펴보고 있어요. 확신이 있는 건 아니지만. 요즘에 북유럽 디자인이 뜨고 있는데.
  • Q: 네. 책도 많이 나오고. 전시도.
  • 그러니까요. 그렇다니까 또 별로 가고 싶어지지 않더라고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번에 확 달아오르는 타입이라 제가 공부를 마치고 오면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북유럽 디자인이 한물가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고민도 있고요.
  • Q: 신발부터 카페, 그리고 생각하는 것들을 디자인이 모두 관통하는 느낌인데요. 디자인을 왜 좋아하세요?
  • 그냥 디자인을 대하는 것에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그랬어요. 초등학교 때 패션 잡지를 모았어요. 중학교 때에는 동대문이나 강변에서 일본 잡지를 수입해다 파는 곳이 있어서 거기서 샀어요. 대학생 사촌 언니네 집에 놀러 갔을 때에도 패션 잡지를 자주 봤었고요. 그러면서 패션의 흐름 같은 걸 읽을 수 있었어요. 일본잡지에서 나오는 아이템들은 항상 한국에 1년 뒤에 등장해요. 그런 것도 재미있었어요. 리폼하는 것도 좋아했어요. 그렇게 창작하고 리폼하는 걸 나누는 걸 좋아해요.
  • Q: 창작의 꿈.
  • 계속 꿈을 꾸고 있는 거 같아요. 현실 안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카페를 하면서도 인테리어에 신경을 쓰고 그렇게요. 욕심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것 같아요. 항상 만족을 못해요.
  • Q: 아무 생각 없는 사람들보다는 훨씬 생산적이죠.
  • 그렇죠. 부모님이 저를 걱정하는 게, 다른 게 없어요. 제가 신앙적으로 건강하니까 다른 사고를 치지는 않지만 돈을 벌다가 모으면 자꾸 무슨 일을 저지르니까, 돈 안되는 일들을요(웃음). 카페도 돈이 엄청 잘되는 일은 아니거든요.
  • Q: 우리 나이때 돈 생각하면 안돼요(웃음).
  • 그러게요. 저도 그 생각이 강해요. 20대때는 하고 싶은 거 다 해봐도 되잖아요. 내가 원하는 걸 찾는 과정인데. 그러다가 30대가 되면 정착해서 그때부터라도 모으면 되죠 돈은. 그런 면에서 카페를 일찍 시작한 게 다행인지도 몰라요. 경험을 얻었으니까요. 공부를하든 뭘 하든 살기 위해서 하는 거잖아요. 그 과정이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공부를 하기 싫으면 다른 재능을 찾으면 되고.
  • Q: 그 재능을 찾을 생각조차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 그게 문제죠. 그냥 당장을 사는 것만 중요하게 여기는 거에요. 그런데 저는 멀리 보는 편이에요. 그럴 수 있음에 감사해요. 신앙생활을 하면서 비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게 되니까 그게 자연스럽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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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원 | http: //blog.naver.com/kimi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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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_CAMPER SHOES. 295mm.

그를 만나게 된 계기는 최근 발간한 그의 사진 에세이 <만나게 될 거야>를 통해서였다. 서점에서 우연히 집어든 책의 사진이 마음에 들어 구매하였는데, 몇 가지 우연이 덧입혀져 그를 인터뷰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그 모든 우연이 서로 연결되어 인터뷰를 성사하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반나절이었다. 책 제목처럼 정말 만나게 된 거다. 시간이 지나 그의 사진 전시회를 가기 위해 갤러리 류가현을 찾았고, 그를 만났다. 사진가의 입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소통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듣게 되었던 시간. 그의 신발 이야기를 나누어본다.

  • Q: 신발 얘기 좀 해주세요. 어떻게 고른 신발인가요.
  • 이 신발은 캠퍼라는 상표의 신발이에요. 이 상표는 이전에 제 처가 선물로 줘서 알게 되었죠. 세월이 지나서 신발을 사야 될 때가 돼서 자연스럽게 다시 캠퍼를 찾게 되었는데 이게 꽤 비싼 편에 속하는 신발이에요. 이베이를 뒤졌어요. 그전에도 이베이에서 많이 샀거든. 그런데 잘 나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아마존을 뒤졌는데 아마존은 신발 잘 살 수 있도록 화면 구성을 해놨더라고요. 앞면 뒷면 바닥 다 볼 수 있고요.
  • Q: 실제로 쇼핑하는 것처럼.
  • 어. 그래서 쭉 쇼핑하다가 이 신발을 봤어요. (신은 신발을 가리키며) 이 신발이 마음에 들었는데 게다가 할인을 하더라고. 이 신발은 캠퍼가 만드는 신발 중에서 클래식 라인 뭐 그런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할인도 하지 않는 거라 28만원인데 아마존에는 $108에 올라와 있는 거에요.
  • Q: 배송비까지 해도 훨씬 싸잖아요.
  • 그러게. 배송비 해봤자 2만 원이면 되는 거니까. 그래서 ‘아, 이걸 사자.’ 결제를 했어요. 1주일 뒤에 오더라고. 그런데! 싼 게 비지떡이었어.
  • Q: (웃음) 왜요.
  • 앞 코 색깔이 다른 거야. 신발 두 짝의 앞 코 색이 서로 다른 게 온 거야. 샘플 사진에는 제대로 된 걸 올려놓고 나한테 보낸 건 이거였던 거죠. 아마도 비품이니까 싸게 올려놓았던 것 같아요. 이 모델이 검은색은 $178불이었고 이건 $108불이라 싸고 좋다고 이걸 샀더니 결국 이랬던 거지. 지금은 신다 보니까 그냥 괜찮아요. 그런데 새 신발로 신었을 때에는 기분이 좀 묘하더라고. 싼 게 비지떡이구나. 하여튼 저는 국외 배송으로 신발을 많이 사왔어요. 치수 때문에.
  • Q: 아. 제가 아는 형도 발 치수가 300인데, 신발 가게 문을 열면서 치수부터 물어본다고 하더라고요. 300짜리 신발 있느냐고.
  • 그래서 한국에서 신발 사 신는 곳이 있어요. 이태원 <왕발슈즈>라고(웃음), 중학교 때부터 애용했어요.
  • Q: 중학교 때부터 발이 이렇게 크셨어요?
  • 네. 그러니까. 그때 295가 되어버렸어. 군대에 있을 때 고생 많이 했지. 군화를 가장 큰 걸 주긴 했는데 285였거든요. 군화가 사실 신다 보면 늘어나요 가죽이라서. 그래도 되게 고생하지 처음에 신을 때.
  • Q: 힘드셨겠어요. 군화는 신고 싶을 때 신는 신발이 아닌데. 평소에 선택하는 신발의 구매기준이 어떤가요? 이 신발은 되게 자연스러운 느낌인데요.
  • 아무래도 많이 걷는 직업이니까…. 사진 찍으려면 많이 걷거든요. 그래서 오래 걷기 좋은 신발이 기준이에요. 밑창이 두툼하고 무게는 좀 나가더라도 오래 걸을 때 불편하지 않은 신발. 밑창이 얇은 신발은 가볍고 짧은 거리를 걷는 것 정도만 괜찮거든요. 멀리 다니는 건 아무래도 밑창이 두꺼워야 하고 그런 신발이 비포장도로에도 좋아요. 그리고 사진 찍다 보면 길만 다니는 게 아니거든요. 길이 아닌데 담벼락도 치고 올라가야 하니까 등산화처럼 기능적으로 튼튼한 신발이 중요하죠.
  • Q: 편한 신발이 우선, 그러면 디자인은 아무래도 뒷전이 되는 걸까요?
  • 디자인도 신경 많이 써요. 스타일이 좀 나와야 하니까. 저도 거울 많이 보는 편이거든요(웃음). 집에 전신 거울이 있어요. 옷 조합이 맞는지까지도 보죠. 신발 살 때 ‘요새 내가 주로 입는 바지와 맞나.’ 이런 신경을 많이 써요. 신발이 바지의 끝단과 어울리는지도 점검하고. 그게 신발 어울리는 거 하고 굉장히 관련이 있잖아요. 그쵸?
  • Q: 신발을 사는 조건이 굉장히 까다로우시겠어요.
  • 그렇죠. 기능도 봐야 하고, 스타일도 보는데다가 발 치수까지 맞아야 하고.
  • Q: 이 신발을 신고 갔던 곳은 어디 어디가 있나요?
  • 이 신발은 산 지 얼마 안 돼서 어디 멀리 간 건 별로 없고, 간 곳을 말하라니까 생각나는데 저는 한때 가죽이 안 들어간 신발만 사던 시절이 있었어요. 인도에 살 때였죠.
  • Q: 왜요?
  • 제가 인도에서 살 때 채식주의자였어요. 채식주의자는 육식을 안 하는 거잖아요. 가죽제품도 안 쓰게 된 거죠. 허리띠도 천으로 된 것만 했어요. 인도에서 그런 물건 구하는 건 어렵지 않아요. 왜냐하면, 인도사람들은 다양한 종파가 있고 채식만 하는 종파도 존재하거든요. 제가 쓰는 <고빈>이라는 이름은 본명이 아닌데, 이 이름을 의미하는 신을 믿는 종파의 사람들은 육식을 안 하고 가죽제품을 안 써요. 가죽제품을 쓴 사람들은 그 사원에 들어갈 수가 없어요. 살생을 절대 금지하고.
  • Q: 아….
  • 그런데 이런 채식이 나중에는 종교적인 도그마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냥 한국사회에서는 편안하게 사람들 사는 대로 살고 너무 까다롭게 살지 말자. 그렇게 된 거죠.
  • Q: 얼마 전에 발표하신 책 <만나게 될 거야>를 쓰셨던 때도 천으로 된 신발을 신고 다니던 시절이었나요?
  • 천으로 된 신발을 계속 신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인도에 지낼 때는 천으로 된 신발을 많이 신었어요.
  • Q: 긴 거리를 걸으셨을 텐데 힘들지는 않았나요?
  • 천으로 된 신발도 밑창에 고무도 있고. 컨버스같다고 보면 돼요. 튼튼한 면으로 만든 신발이죠.
  • Q: 그렇게 걸어 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또 한국에 오셔서 이렇게 사진전을 여셨는데요. 나중에 생각해보면 그건 여행이었을까요, 아니면 사진 찍는 작업이었을까요?
  • 여행이었죠. 여행. 예. 저는 여행이었다고 생각해요. 그 여행의 일부에 작업이 있는 거고.
  • Q: 일부라고 하셨지만 <만나게 될 거야>를 읽어보면 어느 지방을 여행하다 머물 때 방을 두 개 잡아서 암실 방을 따로 꾸밀 정도로 작업을 중요하게 생각하셨는데요. 그만큼 장비도 많이 챙기고 다니셨을 거고요. 사진 작업이 여행에 큰 비중이었을 텐데 지내시면서 사진 찍는 작업이 귀찮다거나 또는 힘들거나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 같은 건 해보지 않으셨나요?
  • 수도 없이 많이 때려치우려고 했었는데(웃음), 그래도 할 게 그거밖에 없는 거에요. 사진 안 찍고 여행 오래 한 적도 많았는데 그 긴 세월 동안에 사진 안 찍고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있으니까 동력이 없는 거야. 내가 다음 도시를 가야 하는데 사진을 안 찍으면 동력이 안 생겼어요.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목적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거기 가게 되고 그 사람이랑 말을 붙일 힘이 생겼던 거에요. ‘아, 저 사람이랑 사진을 찍어야겠다.’ ‘저 동물을 찍어야겠다.’ ‘사진으로 담고 싶다.’ 그래서 거기까지 가는 거에요.
  • Q: 사진이 동력.
  • 네. 그리고 이상한 게, 오지로 들어갈수록 세상에 아직 더 신비로운 게 남아있다는 걸 알게 되는 거에요. (세상의) 비밀스러움을 알게 되는 거죠. 세상과 많이 접촉되어 있지 않은 곳을 갈수록 그런 신비로움이 있더라는 거죠.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바깥세상과 단절된 곳으로 계속 들어가게 되는 거고요.
  • Q: 주로 찍으시는 사진들을 보면, 동물과 같이 있고, 동물을 찍고. 책 이야기에도 동물과 함께 여행하는 이야기가 많죠.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해봤거든요. 동물과 교감할 때 사람이 하는 언어를 쓰면서 서로 대화할 수 없잖아요. 그러면 동물이 나에게 말하는 내용을 내 나름대로 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할 텐데, 이건 결국 모두 내가 하고 싶은, 듣고싶은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 그렇죠. 맞아요. 바로 딱 그거야(웃음). 내가 말하고 내가 대답해요. 사실은 사람과의 의사소통도 굉장히 그런 면이 강해요. 자기가 듣고싶은 말만 듣죠. 대화하고 있지만 자기 필터를 거쳐서 이해하고 굉장히 자기식대로 해석하게 되는 거에요.
  • Q: 역시 그렇네요.
  • 동물들과의 소통은 어린 아기와 대화하는 것과 비슷한 거 같아요. 굉장히 단순해. 좋아? 나빠? 맛있어? 맛없어? 이런 부분을 표정에서 읽어요.
  • Q: 대화를 할 때 입을 벌려서 대화하시나요?
  • 인도말로 해요. 인도말로.
  • Q: 아 정말요(웃음).
  • 이상하게 그게 편해요. 티베트에서도 동물들과 대화할 때 인도어. 인도에서 붙은 습관이야. 사실 인도 사람들이 봤으면 이거 미쳤다고 했겠지. 인도말로 동물들하고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 Q: 그런데 왜 동물들이죠? 세상에 있는 많은 피사체 중에서.
  • 제가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어릴 때는 짓궂으니까 동네 개구리를 잡아도 보고 때려도 보고, 동네 개들도 괴롭히고. 이게 관심의 표현이었어요. 관심을 쭉 두고 있었지만 살다 보니까 그게 희미하게 사라졌던 거 같아요. 그래도 마음 깊은 곳에 있긴 했죠. 그러다가 인도에 가니까 뭘 먹고 있는데 개들이 와서 달라고 꼬리를 흔들어요. 어렸을 때. 그때와 같은 풍경이었던 거죠. 여행을 길게 다니다 보니까 다시 어렸을 때 느낌이 살아나고 동물이 좋아지는 거에요. ‘얘도 영혼이 있는 거야. 사람과 다를게 없어.’ 하는 느낌이 딱 오더라고요. 친구같았어요.
  • Q: 그래서 그렇게 동물 사진을(웃음).
  • 그리고 인도 사람들은 사진 찍으면 다 손부터 내밀고 돈을 달라고 해요. 동물들은 그런 거 없거든. 나는 여행지에서 요리 같은 거 하면 혼자 지내다 보니 많이 남게 되는데, 동물들이 매일 냄새를 맡고 찾아와요. 고양이, 원숭이, 강아지 다 오는거죠. 그러면 게네들 잘 먹이고, 사진찍고(웃음). 그런데 그게 이상해요. 사람들 돈 쥐여주고 사진 찍는 건 싫은데 이 동물들한테 음식 주고 사진 찍는 건 괜찮아요. 어떻게 보면 똑같은 상황인데도 돈이라는 게 개입이 되면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
  • Q: 돈은 준 거고 음식은 나눈 것 아닐까요.
  • 그러니까.
  • Q: 사람도 그렇지만 동물은 통제하기 더 어렵잖아요. 찍는 처지에서 더 어려운 피사체가 아닐까 싶은데 어떠세요?
  • 어려우니까 재미있죠. 그런데 사실 사람도 통제 안 되요. 사진을 많이 안 찍혀 본 사람은 순수해서 잘 찍어요. 동물도 마찬가지인 거고. 현대사회에 적응한 사람들은 사진 찍자고 하면 얼굴이 굳어버려서 찍기가 어려워요. 안 되는 거야. 인도나 티베트 사람들은 사진을 평생 사진을 찍어본 일 없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사진 찍을 때 눈에 온 힘을 주고 찍어요.
  • Q: 그러게요. 갤러리에 찍힌 사람 사진 보면 눈에 다들 힘이 막.
  • 잘 모르니까 그저 카메라를 열심히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런데 사회 안의 사람들은 틀에 박힌 표정으로만 찍죠.
  • Q: 카메라는 어떤 걸 쓰셨나요. 이번 사진전과 책에 쓰인 사진들은 모두 필름 카메라인 건가요?
  • 아니요. 2005년 이후의 사진들은 거의 디지털카메라 사진이에요. 디지털카메라 사진이 서로 소통하기 좋아요. 필름 사진은 찍은 이후에 보여줄 수가 없잖아. 어느 때는 필름 카메라로 어떤 사람을 찍었는데 내 뒤로 오더니 액정이 있나 화면이 있나 하면서 보려고 하더라고요. “보여줘!” 이러면서. 안 나온다고 하면 안 좋은 거라고 타박해요. 그리고 아직도 필름을 조금 쓰긴 하지만 필름을 하기 어려운 점이 뭐냐면 필름은 관용도(노출허용범위)가 좁아요. 처음에 전문가용 필름을 한국으로부터 가져와서 썼는데 냉장고에 넣어뒀다 꺼내서 바로 찍는 것처럼 좋은 조건에서 찍으면 역시 좋은 품질의 사진이 나오지만, 인도처럼 더운 곳에서 몇 달 동안 필름을 가방에 넣어 다니고 찍고 나서도 몇 달 들고 다니다가 현상하면 아무래 애써봤자 안되더라고.
  • Q: 환경 때문에도 필름 카메라 작업이 어려운 게 있네요.
  • 그래서 디지털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 Q: 이상한 질문일 수 있는데 사진 찍는 게 어떤 게 좋으세요?
  • 소통하는 게 좋지.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매개로 사람들과 대화하고. 내 개인적인 기억과의 매개체도 되고.
  • Q: 또 저처럼 이렇게 갤러리를 찾는 사람과의 매개체도 되고요.
  • 그런 것도 되고.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으로써도 매개체가 되고. 여러 가지로요.
  • Q: 그렇게 소통하며 찍었던 사진들과 또 사진을 매개로 연결된 인연들, 신발이 함께 여행하면서 지켜보고 있었겠죠. 인터뷰 여기까지 할게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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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고빈 http://gowi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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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amera: Olympus E-PL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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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_CAMPER K3. 270mm.

서울의 한 벤처회사에서 마케팅 팀장으로 일하는 그는 새로운 스타일의 신발을 구매하는 것 처럼 조금씩 자신의 삶의 새로운 영역을 갱신한다. 그 영역은 선한 것이어야 한다. 삶에는 옳은 길이 있다고 믿는 그는 그 길을 가기 위해 노력하며 살고있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고행의 길로 이끌었던 걸까.

  • Q: 산 지 얼마 안 된 느낌이에요, 신발이.
  • 석 달 정도 됐어요.
  • Q: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 구매한 신발인가요?
  • 전에 있던 신발이 찢어져서 구매하게 되었어요. 이 신발도 그렇지만 전에 신던 신발도 캠퍼라는 브랜드인데요. 이 브랜드는 여자친구가 스페인에서 선물로 사다 주면서 알게 되었어요. 처음에 봤을 때 앞 코가 둥근 게 특이했어요. 한 번도 신어본 적이 없는 타입이었거든요. 그리고 신어봤는데 되게 편하더라고요. 한 6개월 거의 매일 신었어요. 그러다가 가죽 부분이 찢어진 거에요. 밑창과 윗창의 이음새가 재봉선에 따라서 찢어진 거에요. 점심에 밥 먹고 나가다 야구를 했는데 디딤발에 찢어진 거죠.
  • Q: 그 정도로 찢어졌으면 발목은 성했어요?
  • (웃음) 어깨만 아팠어요. 여하튼 그래서 외국에서 산 거라 수선이 안 되겠다 싶어서 묵혀뒀다가 어쩌다가 매장에 갔더니 해주겠다고 하더라고요. 수선비가 35,000원.
  • Q: 비싸다.
  • 그쵸. 거의 컨버스 새 신발 가격인 거잖아요. 그런데 여자친구가 사준 것이기도 하고 저도 좋아하는 신발이었기때문에 기꺼이 35,000원을 냈죠. 그리고 맡기는 날 매장을 한 바퀴 둘렀어요. 그렇게 그냥 구경만 하려고 하다가 (지금 신고 있는)이 신발을 보게 된 거죠. 그리고 그 자리에서 사고 말았어요.
  • Q: 단번에?
  • 이게, 한마디로 허세였어요. 이 신발이 30만 원 정도인데 제가 가지고 있는 어떤 신발보다도 비싼 신발이거든요. 심지어 제 생애 구매한 가장 비싼 신발인 거에요. 한 눈에 예뻐 보였어요. 갈색 닮은 빨간색이 예뻐 보여서 사려고 했는데 치수가 없는 거에요. 조금 사려는 의지를 보이니 직원은 “고객님, 이거 신상이에요” 라며 캠퍼 사용자라면 놓치는 게 이상하다는 투로 말하는 거에요. 모르겠어요. 캠퍼를 막 신는 사람이라고 보여지는 게 좋았던 걸까. 그때 감정으로는 잘 모르겠는데, 치수가…
  • Q: 없잖아요.
  • 네. 없어서 구해줄 수 있느냐고 물어봤는데 역시 없다는 거에요. 그러면서 직원이 하는 말이. 깔창을 끼면 된다. 그렇게 말을 하는 거에요. 그래서 샀어요. 그리고 깔창을 깔고 신었죠.
  • Q: 그게 맞는 거 같았어요?
  • 그 순간에는요. 지금은, 아니요.
  • Q: 편하려고 비싸게 산 신발인데 그게 뭐예요.
  • 그러니까요. 그게! (웃음) 제가 이 인터뷰를 하면 이 말을 하고 싶었어요. 아, 정말 편하다고 편하기 때문에 사치를 했는데!
  • Q: 지금도 그럼 불편해요?
  • 여전히 불편해요.
  • Q: 실제 치수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 거죠?
  • 제가 구두는 255, 그냥 운동화는 260, 265를 신는데. 이 신발은 270에서 275 정도 될 거에요. 그래서 이걸 신고 다니다 보면 오래 걷기가 힘들어요. 30만 원짜리 신발을 3만 원어치도 누리지 못하는 거 같아요.
  • Q: 맨 처음에 샀을 때. 사려고 마음먹은 가장 큰 이유는 뭐였죠?
  • (이 신발 바로 전에) 코가 둥근 신발을 처음 신고 나서, 기존에 내가 신던 스타일에서 변화를 줄 수 있구나. 어색하지 않구나. 그리고 여기에 투자할 가치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도 비슷한 생각이었어요. 나를 조금 변화시킬 수 있겠다는 믿음. 솔직히 30만 원짜리 신발은 금액으로 저에게 과한 신발이기도 하고요. 그런데도 그랬던 건 이런 생각도 있었던 거 같아요. 아 이제 내가 회사에서 외부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역할을 하게 되었는데, 그러려면 이 정도 신발을 신어야 할 것 같아. 하는 생각도 했던 거 같아요.
  • Q: 후회는 안 하세요?
  • 후회했죠. 후회 하고도 인지 부조화 상태를 스스로 극복하게 되었던 거 같아요. 잊자. 예쁘니까.
  • Q: 원래 이유였던 “편하다”에서 이제 “예쁘니까”로(웃음). 그런 인지 부조화. 태도와 행동 간의 모순이 자주 있나요? 원찮은 물건을 충동구매하고 행동에 이유를 붙이거나.
  • 거의 없어요. 아. 지난달에 15만 원짜리 장난감을 하나 사긴 했어요. 어…. 사놓고 후회했죠. 그런데 구매를 많이 하지 않기 때문에 후회를 자주 하지는 않아요. 후회하긴 하더라고요.
  • Q: 그런 건 아닐까요? 구매 경험이 많지 않아서 생기는 서투름 때문에 어설픈 구매를 하게 되고 이어지는 후회 같은 거요.
  • 글쎄요. 그럴 수도 있고요. 덧붙이면, 반대로 저는 안 해본 것에 관해 후회를 적게 하는 거 같아요. 이렇게 한 것에 대해서 후회하면 했지. 이렇게 후회하고 나서는 ‘에이 그래 됐어. 다음에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잖아.’ 이렇게 생각해요.
  • Q: 안 간 길에 대한 후회가 왜 적을까요? 보통사람들도 그런가? 저는 항상 안 간 길에 대한 후회를 더 많이 하는데요.
  • 그게 제가 건강해지는 길인 거 같아요. 살면서는 한 것보다 하지 못한 게 항상 더 많잖아요. 그 많은 못한 것들을 다 후회하면서 산다면 힘들 것 같아요.
  • Q: 그건 어떻게 보면 ‘자기 합리’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 좋게 말해 문제의 원인을 따지기보다는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 노력했던 거 같아요. 저는 제 상황을 뛰어넘으려는 의지는 늘 있지만 제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빨리 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거든요.
  • Q: 말로는 노력한다고 하지만 그걸 어떻게 항상 통제할 수 있을까요. 신기하네요.
  •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러려고 애쓰는 편이에요. 저는 어렸을 때 엄마한테 많이 맞았거든요. 어머니가 되게 엄한 분이셨어요. 맞고 나면 물리적으로 통제되는 거잖아요. 포기하지 않으면 제 속만 타들어 가는 거에요. 그게 아마 제 밑바탕이 된 것 같아요. 제 상황 안에서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분리하고, 할 수 없는 것을 포기하는 거.
  • Q: 겪으면서 배우고.
  • 저는 친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그 이별의 고통 가운데 있을 때 스스로 되게 힘들었죠. 되게 힘들었는데 그러면서도 제가 통제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 Q: 그렇죠.
  • 네. 엄마를 다시 살려낼 수도 없잖아요. 꿈속에서는 계속 나타나지만 어떻게 할 수 없는 거. 그 상황에서, 음… 제가 무한한 존재가 아님을. 정말 유한한 존재임을 느꼈어요. 벽에 부딪히게 된 때였죠. 어찌 보면 도를 닦는 기분일지도 모르겠어요. 저 스스로 그 상황을 벗어나는 방법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고 어머니가 돌아가셨으니까 어머니의 부재를 어떻게 메꿀 것인가 이런 것들을 생각하는 거였어요. 나에게 잔소리를 하거나, 지혜를 주고 나를 챙겨주거나 보살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나 스스로 채워나가는 방법을 찾았던 거에요.
  • Q: 어떻게 보면 어머니께서 밑바탕을 잘 깔아주셨다는 생각도 하게 돼요.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했다는 게요. 그런 상황, 벽에 부딪힌 충돌 속에서 빗나갈 길이 얼마나 많은데요.
  • 어머니는 저에게 애증의 존재에요. 굉장히 사랑하고 보고 싶고 고맙지만. 어떻게 보면 제가 반듯해 보이잖아요. 제가 사기를 칠 것처럼 보이지는 않잖아요(웃음). 그런데 어머니가 그렇게 가르쳐서 그런 것 같아요. 이 세계를 만들어준 게 어머니죠.
  • Q: 지금 이렇게 사는 걸 생각해보면 행복하다, 불행하다. 어느 쪽에 가까울까요?
  • 어머니께 고마워하고 있어요. 저는 저 자신에게 근면 성실하려고 애쓰는 편이에요. 더 솔직하게 말하면 근면 성실한 이미지로 살고 싶어요. 그렇게 보이고 싶어요.
  • Q: 그렇게 보이는 게 좋은 거 같아요?
  • 그렇지 않은 것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고 생각해요. 나는 특기가 있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엄청난 천재도 아니에요. 그렇다면 근면 성실한 것만큼 누구에게 도움을 주거나 내가 인정을 받는 방법이 없다고 보거든요.
  • Q: 어떻게 보면 본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걸 찾은 것 같기도 한데요? 그게 특기라는 거죠.
  • 가장 그게 왕도라고 생각해요. 쉬운 길. 확률이 높은 길.
  • Q: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가장 쉬운 길이죠(웃음). 그걸 오랫동안 반복해왔고 배워 왔으니까 본인에게 가장 쉬운 길일지 몰라요.

김정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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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amera: Olympus E-PL1
  2. Aperture: f/1.8
  3. Exposure: 1/50th
  4. Focal Length: 45mm

#15_NIKE CORTEZ BEIGE/ORANGE. 250mm.

그는 한 여자였고, 지금은 두 아들의 엄마이다.  지난 12월, 나는 엄마에게 생일을 맞아 운동화를 선물하며 올 사월에 사흘간의 제주 여행을 약속하였고 엄마는 그러면 여행 날 처음으로 신을 거라며 그 신발을 장롱 위에 올려놓았다. 다섯 달이 지나 엄마는 마침내 새 코르테즈를 신었고 우리는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설렘도 잠시, 비가 온 탓에 아무데도 가지 못 하고 리조트 안에서 꼬박 사흘을 보내게 된 우리는 생각지도 못하게 이야기들을 서로 늘어놓게 되었다. 아침을 먹고 이야기를 하고, 점심 먹고 또 이야기했고, 저녁을 먹고 나서도 역시 이야기를 하다 잠이 들었다. 아래는 그 시간 동안 나눈 이야기 조각의 일부이다.

  • (새 운동화가 생겼으니 이전에 신던 운동화 버릴 거냐는 질문에) 다른 마른날에 신어야지. 말도 안 되는 소리하네. 더 신어도 되는데 왜 버려. 너절너절해야 버리는 거지. 마음에 안 들어서 버리는 거? 그런 게 어디 있어.
  • 신발이 작지는 않은데. 발 볼이 넓다 보니까. 이거보다 크면 안 되는데. 내가 전에 샀던 구두 있잖아. 길이는 되는데 발볼이 좁은 거야. 그래서 늘여달라고 했는데. 너무 늘여버린 거야. 걸음 빨리 걸으면 벗겨져. 어떻게 하면 될지 모르겠네. 줄여달라고 할 수도 없는 거잖아. 천상 두꺼운 양말 신고 신어야겠어. 발은 편한데. 그래도 그게 5만 원 주고 산 건데.
  • 지나가는 사람들 봐봐. 이렇게 사람이 사는 것을 보는 거잖아. 겉모습을 보더라도 사람 사는 모습이 보이게 돼. 얼추 보이지. 저 사람은, 그냥 괜찮네. 아까 그 할매는 나나 거기나 같아 보이고. 저 사람은 좀 낫네. 나갔다 들어오는 사람도 있고. 이제 체크인하는 사람들도 있고. 저 사람은 한 일주일 있나 봐. 짐 보니까.
  • 사업에 실패하고 나서 너희 아버지가 저녁에 들어올 때면 나는 돈 달라고 손만 내밀 줄 알았지. 다음 날 아침에 준다고 하면 그걸 믿고 자고 일어나서 또 달라고 했어. 나는 너희들을 위해 당장 끼니 때울 음식을 사야 했으니까. 매일 그렇게 달라고만 했어. 내가 나가서 일 할 생각은 왜 못했을까. 어리석었어. 가족 밥값 정도는 벌 수 있었을텐데. 나는 자라오면서 부족한 게 없었기 때문에 돈을 벌 생각을 하지도 못했던 거야. 유행 옷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 곧 옷감이 쥐어지고 그 옷을 만들 수 있었으니까.
     
  • 돈 때문이었던 것 같아. 그렇게 어렵게 살았을 때, 가끔 대구에 내려가서 부모님을 뵈면 인사 하기 전에 눈물부터 나는 거야. 서로. 그렇게 울었어. 대화도 없이. 며칠 뒤 헤어질 때가 되면 또 울었지. 밤에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는데 버스에서 내내 울었어. 그 이후로는 밤에 이동 하기가 싫더라. 언젠가부터는 내려가도 눈물이 안 나. 우리 집이 예전만큼 어렵지 않아선지. 그래도 우리가 누릴 정도로 살아도 된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
  • 언젠가 어버이날에 집에 내려가기 어려울 것 같아서 백화점에서 이불을 두 개 해서 보내드렸어. 하나는 삼베로 만든 비싼 거였어. 겉으로 보기엔 고급스러워 보이지는 않았지만, 기능이 좋은 이불이었지. 다른 하나는 알록달록한 조금 싼 이불이었고. 나중에 너희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고향 집에 내려가 보니, 알록달록한 이불은 상표도 떼지 않고 그대로였던 거야. 그게 더 좋은 이불인 줄 아셨던 거지. 맏딸이 준 거라 아끼려고. 바보같이.
  • 제주도 왔다고 나가서 돌아다니지 않아도 괜찮아. 오늘 중요한 이야기를 이렇게 나눌 수 있었으니까 여행보다 더 큰 소득인 거지. 나는 오늘 너한테서 많은 부분을 새롭게 알게 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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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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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amera: Olympus E-PL1
  2. Aperture: f/1.8
  3. Exposure: 1/80th
  4. Focal Length: 45mm

#14_IMITATION CROCS. 270mm.

서울의 한 게임스튜디오에서 서버 프로그래밍을 하는 그는 ‘재미있는 것’을 좋아한다. 중학교 때 부터 시작했던 스노우보드를 비롯해 클라이밍, 스케이트보드, 자전거타기, 사진, 스윙, 요트, 서핑, 요리까지 재미있어 보일 법한 것들을 열심히도 즐겼다. 그런 그가 2년 가까이 세계를 여행하였다는 사실은 어쩌면 자연스럽기까지 여겨진다.

  • Q: 이거 어디서 산 거야?
  • 잘 모르겠어 기억이 잘 안 나는데, DDM(방콕, 카오산로드의 게스트하우스)에서 가져왔는지 호주에서 산 건지 잘 모르겠어.
  • Q: 어떻게 잘 몰라? 항상 사서 그런 건가? 크록스를 맨 처음 산 건 언제였는데?
  • 세계여행 맨 처음 시작한 이후로 처음 닿은 태국에서. 여행 처음에는 버켄스탁을 신었는데 오래 신으니까 발이 너무 아파서 버렸어. 그리고 다른 신발을 찾다 보니까 크록스가 있더라고. 가짜. 100밧짜리.
  • Q: 이건? 이것도 가짜야?
  • 가짜. 진짜는 작년 말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사봤어.
  • Q: 꾸준히 사네. 크록스는 뭐가 편한데?
  • 신고 벗기 편하지.
  • Q: 신고 벗기(웃음)? 신발은 신고 다니는 게 주가 되는 도구잖아.
  • 신고 벗기 편하고, 발 냄새가 안나. 구멍이 나서 바람이 솔솔 들어오기 때문에 오랫동안 신고 있어도 땀이 안 차. 그리고 가짜는 말랑말랑하고 진짜는 좀 딱딱해. 그래서 좀 짧게 걸을 때는 가짜가 편하고, 길게 걸을 때는 진짜가 편해(웃음). 나는 여행하면서 이동할 때 (가짜)크록스를 가방에 넣어놓고 운동화를 신고 다니다가. 숙소를 잡으면 그제서야 크록스를 꺼내서 신고 다녔지.
  • Q: 근거리 전용화네.
  • 응.
  • Q: 비 올 때도 좋겠다.
  • 비 올 때도 좋긴 한데 잘 미끄러져. 사고 나서 처음은 안 미끄러운데, 몇 개월 신고 다니다 보면 닳아서 미끄러지더라.
  • Q: 이게 몇 개째인지는 기억나?
  • 태국에서 사고, 필리핀에서 사고, 호주에서 사고, 그리고 또 사고. 다섯 번째인가?
  • Q: 계속 헤져서 버리고 사는 거야?
  • 반 정도는 바닥에 구멍이 나서 버리게 돼. 내 블로그에도 구멍 난 크록스 사진이 하나 있어. 잃어버린 적은 없는데 어디 숙소에 갔는데 크록스가 내 것보다 더 예뻐 보여서 바꿔 신은 적은 있어. 어차피 구멍 나서 버리니까 내 것보다 덜 헤진 게 있으면.
  • Q: 구멍 난 거랑 누가 바꾸려고 해?
  • 사람들이 많이 버리고 간단 말이야. 버리고 간 것 중에 내 것보다 나은 게 있으면 바꿔 신고 그런 거지. 이것도 태국에서 내 것보다 나은 게 있어서 이걸로 바꿔서 가져온 걸 꺼야.
  • Q: 아 이것도 누가 버리고 간 거였구나. 너도 여행하면서 버렸던 거 많아? 2년이면 짧지 않은 여행이었을 텐데.
  • 버켄스탁. 너무 발이 아파서 버렸고(웃음). 그리고 휴대전화.
  • Q: 휴대전화? 버린 거야 아니면 잃어버린 거야.
  • 버린 건 아니고, 에콰도르에 있다가 남미 맨 땅끝마을까지 가려고 계획을 짰거든. 그런데 거기까지 가면 다시 안 돌아올 것 같아서 나에게 중요한 물건들 몇개를 숙소에 놔두고 갔었어. 바지와 내가 여행하면서 그린 지도(웃음), 그리고 휴대전화처럼 중요한 거 몇 개를 놔두고 갔어. 그런데, 안 돌아갔어.
  • Q: 나중에 게스트하우스에 연락해서 달란 말도 안 하고?
  • 거기 보면 찬장 같은데 쑤셔 박으면 아무도 모르거든. 나중에 가면 있을지도 몰라.
  • Q: 왜 안 갔는데?
  • 가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버스 타고 못해도 일주일은 가야 하는데 갔다가 비행기 타러 다시 내려와야 했단 말이야. 왕복 보름이 걸리는데 내가 가진 시간이 그만큼 있지 않았어.
  • Q: 그럼 그 전에 돌아와야겠다는 다짐은 왜 한 거였어?
  • 콜롬비아를 가야 하니까.
  • Q: 아 그럼 결국 콜롬비아를 안 간 거구나.
  • 어. 원래 거기서 돌아올 대 까지만 해도 시간이 많이 남아있었는데, 아르헨티나가 진짜 좋아서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되었어. 그리고 아르헨티나를 떠날 때만 해도 일주일 동안 올라가서 짐을 찾고 콜롬비아로 건너가서 거기에서 3일 있더라도 가자는 생각이었는데. 반쯤 올라가다 다시 돌아왔어. 그 반에서 닷새를 더 올라가야 에콰도르고 이틀을 더 올라가야 휴대전화가 있는 콜롬비아란 말이야.
  • Q: 삶은 항상 선택의 연속인 거 같아. 선택에 따라 잃는 것도 생기고. 그렇게 여행했던 나라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나라는 어디야?
  • 모르겠어. 다 좋지.
  • Q: 전에 인터뷰했던 데미안님과 같은 얘기네. 어디를 꼽아야 할 지 모르겠대. 아 그거 하니까 네가 했던 말과 같은 얘기도 했어. “여행하면서 웃는 법을 배웠다”고.
  • 어. 여행하면서는 웃을 수밖에 없어. 많이 웃었지. 특히 히말라야 여행할 때 많이 웃었어. 등산을 하다 보면 하산하는 사람들을 마주칠 때 웃으면서 인사하니까. 내려오는 사람은 이제 다 왔다며 힘내라는 말을 전해주면서 웃어. 그렇게 하루에도 수십 명씩 마주치면서 웃으면서 인사하니까 나중에는 나도 모르게 항상 웃게 돼. 미소가 지어지고. 사진에 찍히는 내 표정의 전환점이 된 게 히말라야를 여행하던 시기였어. 무뚝뚝한 사진과 웃는 사진 사이.
  • Q: 트레킹이 걷는 훈련이 아니고 웃는 훈련이구나. 그렇게 자주 웃을 기회가 또 없잖아.
  •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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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헌 | http://www.mup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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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amera: Olympus E-PL1
  2. Aperture: f/1.8
  3. Exposure: 1/50th
  4. Focal Length: 45mm

#13_BROWN BOOTS. 250mm.

여행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그녀는 일터와 집으로 서울과 경기를 매일 오간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녀의 페이스북에는 거주지가 서울이나 경기가 아닌 ‘보고타’로 되어있으니까. 나는 몇 주전 그녀를 분명 서울의 도곡동에서 만났다. 무엇이 그녀의 마음을 ‘서울’이 아닌 ‘보고타’에 머무르게 하는 걸까. 

  • Q: 이 신발을 자주 신는 편인가요?
  • 네 자주 신어요. 요즈음뿐만 아니고 스무 살 때부터 갈색 워커만 계속 사고 있어요. 다른 신발도 물론 사지만 기본 아이템으로 항상 갈색 워커를 가지고 있어요.
  • Q: 왜요?
  • 워커는 어느 옷에나 다 어울린다고 생각하거든요. 운동화나 구두는 각각 어울리는 복장이 따로 있는데 워커는 어디에나 다 어울리는 것 같아요. 편하고 실용적이기도 하죠.
  • Q: 실용적이라는 단어는 너무 범위가 넓어요. 말씀하신 의미는 여러 옷에 매치가 잘 되는 아이템이라는 거잖아요. 그러면 디자인에 무게가 가는 이야기라고 봐도 될까요.
  • 네. 그게 더 가까운 것 같네요. 운동화는 옷에 매치하기 너무 한정적이라 별로 좋아하지 않고, 구두는 예쁘긴 한데 제가 자주 돌아다니는 편이라 발이 아파서 잘 안 신어요. 그리고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워커 자체에 매력을 느껴요.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워커의 생김새가 주는 투박함. 그리고 검은색이 아닌 이 갈색이 주는 지저분함이랄까 또는 애매함이 좋은 것 같아요.
  • Q: 스무 살 때 부터 워커를 찾았다고 했잖아요. 어떤 계기라도 있던 건가요.
  • 일단 주변에 워커 신는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그래선지 맨 처음에는 특이하다고 생각해서 샀어요. 신다 보니까 스타일리시해선지 마음에도 들어 멀리 여행을 가서도 신었고 어디 친구들 만날때, 그리고 산을 가든 바다를 가든 항상 신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습관적으로 신어요.
  • Q: 생활에 깊게 관여하는 신발이네요. 이 워커는 산 지 얼마나 된 거에요?
  • 이 워커는 아직 1년도 안 됐어요. 그런데 제가 조금 신발을 험하게 신어서 지퍼가 조금 망가졌어요. 잘 안 내려가고 안 올라가고 그래요. 그래서 하나를 더 사고 싶기도 한 요즈음이에요. 아직 꽂히는 게 없어서 안 샀는데 돌아다니거나 느껴지는 게 있고 내꺼다 싶은 게 있으면 살 거에요.
  • Q: 다른 것들에게도 그런 게 있어요? 흐지부지 한 건 선택하지 않고 딱 꽂혀야 사는 그런 거요.
  • 네. 저는 마음에 드는 게 나타날 때까지 좀 기다리는 편이에요. 신을 신발이 하나도 없는 상황처럼 필요로 구매하는 게 아니라면 되도록 마음에 꼭 드는 게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요.
  • Q: 회사도 그랬나요?
  • 회사의 어떤 거요?
  • Q: 회사를 고르는 거. 입사하는 거요.
  • 글쎄요. 항상 적재적소에 나타났어요. 어떤 준비가 되었거나 어떤 게 손에 잡힐 때 딱 나타났어요. 세상에 우연이라는 게 없잖아요. 무언가 나타나면 저는 이미 그걸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회사도 그랬고요.
  • Q: “이 회사는 내 회사야. 내가 들어갈 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였어요?
  • 네, 저는.
  • Q: 신발과 같네요. “이건 내 신발이야”라고 하는 것처럼. 일관성 있네요.
  • 저는 의미 없는 건 없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무언가 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건 그전부터 그것에 관해 계속 생각했거나 이미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게 보일 수 있었다고 느껴요. 준비 되었기 때문에 알아볼 수 있었다는 거죠. 그래선지 선택한 것에 후회는 잘 하지 않아요. 그것으로 안 좋은 일이 있을지라도.
  • Q: 그럼에도 후회할 수 있지 않나요? 신발로 예를 들면 사놓고 아니다 싶어서 후회하게 되는거요. 그럴 땐 어떻게 하죠. 버려야 하나요.
  • 아니요. 안 버려요. 안고 가는 편이에요. 미련은 아니지만 저는 무생물 자체에도 감정이나 인연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 Q: <녹색당>!
  • 맞아! 바로 그거야! 하지만 나는 진보신당을 뽑을 거야(웃음). 어쨌든 사고방식 때문에 버릴 수 없는 거에요. 미안함일 수도 있죠. 신발이라면 미운 부분을 수리하거나, 도저히 신을 수 없으면 다른 사람을 주던가.
  • Q: 말씀하시니까 생각나는데 얼마 전에 친구랑 길을 걷다가 친구가 배고프다면서 빵집에서 빵을 사더니 한 입 먹고 맛이 없다며 버리더라고요. 맛없는 걸 꾸역꾸역 먹는 것 보다 버리는 게 낫다고 판단했나 봐요.
  • 저 같으면 다른 방법을 쓸 거에요. 나중에 배고프면 먹던지, 누군가와 나누어 먹던가. 버리면 물자가 낭비되는 거잖아요. 환경이… 아 자꾸 <녹색당>스러워져. 에너지 자원이든 뭐든 낭비하게 되는 거잖아요. 의식적으로 낭비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편이라 쉽게 버리지 않아요. 쉽게 선택하지도 않지만.
  • Q: 여행 이야기를 해볼까요. 일상의 1년은 여행에서 1개월이라는 이야기가 있죠. 그만큼 여행이 다양한 경험을 준다는 뜻인데요. 아까 말씀하셨던, 무생물에도 부여했던 의미. 여행에서는 그런 의미들이 일상보다 훨씬 많이 다가오는 계기가 될 텐데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가 그것이라고 생각해도 될까요?
  • 글쎄요. 아까부터 계속 얘기했던 모든 개체에 대한 같은 가치, 의미와 같은 얘기는 제가 사는 방식이자 제 삶의 소스라고 볼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것이 여행의 목적이 될 수 없어요. 사실 솔직히 아직도 “여행을 왜 하세요” 라든지 어디가 가장 좋았냐고 물으면 대답을 잘 못해요. 이런 질문은 “왜 사세요?” 라고 질문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거든요. 저에게 여행은 어느 게 목적이고 어느 게 수단인지 불분명한 행동이에요.
  • Q: 그렇군요. 처음 여행했을 때로 돌아가 볼게요. 계기가 어땠어요?
  • 교환학생으로 중국에 갔어요. 그게 첫 국외여행이었는데, 어떻게 보면 어린 나이에 첫 독립을 한 거였고 정말 많이 싸돌아다닌 기억이 나요. 스물한 살 한창 예민할 나이에 국외에 나왔고 또 에너지가 얼마나 넘쳤겠어요. 그 에너지를 여행으로 다 소비한 거죠. 여기저기 여행했어요.
  • Q: 그리고 돌아와서 졸업했고요?
  • 네. 돌아와서 졸업하고, 직장을 다녔어요. 인턴으로 무역회사에 몇 달 있었는데 글 쓰던 걸 좋아해서 기자를 하려고 준비했어요. 그러던 와중에 준비도 조금 늦어지고, 그즈음 제가 중동을 좋아해서 여행을 가자는 마음이 들었던 거에요. 그래서 먼저 이스라엘에 워킹홀리데이를 갔어요. 그 후에는 가고 싶던 이집트와 함께 중동을 여행했죠. 나오면서 지중해 쪽 유럽을 여행하고요. 그렇게 1년 정도 나와 있었어요. 돌아와서는 바로 인터넷 신문사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어요. 아까 말했듯 제가 원하는 것과 하고 싶었던 일이 명확했기 때문에 일할 직장이 딱 보였던 것 같아요.
  • Q: 그렇구나. 그런데 그 이야기에 남미는 없잖아요. 남미는 언제 간 거에요?
  • 그렇게 들어갔던 회사에 2년 정도 있었는데 회사 생활이 너무 힘들었어요.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매일 출퇴근 하고 주 6일제에 종종 일요일에도 나가야 하는 게 힘들었어요. 보수적인 분위기의 회사라 업무 자체도 힘들었고요. 계속 이렇게 일하다 보면 내가 없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고민하다 여행 쪽으로 직업을 바꿔보자는 느낌이 왔어요.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티베트로 갔어요. 거기서 개고생을 했지.
  • Q: 또 남미가 아니고 티베트야. 어떤 게 가장 고생스러웠어요?
  • 제가 혼자 잘 노는 타입이고 혼자 있는 것도 좋아하고 여행도 혼자 하는 걸 좋아하는데, 그때 처음으로 혼자서는 두 번 다시 여행을 못하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지독하게 외로웠어요. 아무것도 없는 고원에서 2주 넘게 지냈거든요. 넋이 나가 있을 정도로 너무 지쳤었어요. 밖의 경치는 멋있지만 나중에는 그것도 질렸는데 2년 넘게 일했던 스트레스가 이 여행에서 겹쳐서 더 그랬던 것도 같아요. 그렇게 티베트에서 한 달 정도 있었고 중국으로 옮겨 잠깐 머물다가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이제 여행쪽 일을 하자는 생각에 여행사 쪽에 기획부서로 일하기로 결정하고 면접을 앞두고 있었는데.
  • Q: 무슨 일이 일어났군요.
  • 면접날에 면접관인 그 팀장이 일이 있어서 면접을 하루 미룬 거에요. 그래서 “그러세요” 라고 했는데 그때 평소에는 연락 잘 없던 중동에서 만났던 어떤 사람이 메신저로 연락을 걸어온 거죠. 왜냐고 물었더니, “콜롬비아 올래?”
  • Q: 하필 그날.
  • 네. 딱 그날. 그전부터도 그 사람과 얘기는 많이 했었거든요. 앞으로 남미가 많이 뜰 건데 거기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차리는 거 어떠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를 많이 했었는데 그 사람은 저보다 먼저 남미를 여행하다 자리를 잡은 거죠. 그렇게 제의를 받고 바로 비행기 표를 사서 콜롬비아로 가게 되었어요.
  • Q: 면접은요?
  • 얘기했죠. 안 간다고.
  • Q: 콜롬비아에서 얼마나 있었죠?
  • 3년.
  • Q: 3년이면, 많은일들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 저는 아직도 콜롬비아에서 있었던 일들을 편하게 말하지 못해요.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요. 얻은 것도 많지만 잃은 것도 많아요. 여행하던 중 마음에 드는 어떤 곳에서 인터네셔널 게스트하우스를 차리는 게 모든 여행자들의 로망 중의 하나잖아요. 그런데 해보니까 정말 지독하게 현실적이었어요.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면 힘들다고 하잖아요. 딱 그 꼴이더라고요. 가장 힘들었던 건 여행이 좋아서 그 일을 했는데 나는 여행을 못 가는 거였어요. 그리고 24시간 사람들에게 노출이 되어있는 것도. 게다가 외국에서 다른 문화권 사람들과 일로 부딪힌다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데요. 친구라고 여겼던 사람에게 배신당했을 때의 느낌이란…. 또 사건 사고가 너무 잦았고 그 수위조차 한국이랑 달랐어요. 이를테면, 흉기 사고가 생길 때 “으이구, 또 칼 맞고 왔네.” 이러고. 가장 먼저 배웠던 말들이 강도, 강간, 사기 등 거친 말과 평소에는 필요 없지만 일로 필요한 법률 용어들이었어요. 지금 이렇게 웃으면서 일부라도 얘기하는데 작년까지만 해도 저는 이 이야기가 어려웠어요.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도 몰랐고.
  • Q: 한국으로 돌아올 때 기분 좋게 돌아온 건 아니었나 봐요.
  • 네. 접고 돌아왔으니까. 여기까지인 것 같았고. 다 같이 돌아왔어요. 결론으로 정리나 마무리는 잘했어요.
  • Q: 혹시 후회하세요?
  • 아니요. 후회는 안 해요. 오히려 그런 경험을 쌓았다는 것에 감사해요. 하라고 해도 하기 어려운 경험이잖아요.
  • Q: 타지 생활에서 얻었던 교훈 같은 게 있다면요?
  • 버티는 거. 그리고 긍정적이어야 한다는 거. 여행하면서 웃는 거 많이 배웠어요.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않으면 더 외로워지거든요. 물건이라도 깎으려면 웃어야죠. 웃으면서, “아저씨…” 라고 해야(웃음). 그런 소소한 것부터 바뀌면서 성격도 많이 바뀌었거든요.
  • Q: 2년 정도 여행을 했던 제 친구도 똑같은 얘기를 했어요. 여행하면서 웃는 걸 배웠다고.
  • 맞아, 맞아.
  • Q: 여행이라는 게 그렇게 만들어 주나 봐요. ‘버티는 것’에 대해도 이야기 주세요.
  • 비록 허상일 수도 있지만 힘든 상황에서도 희망을 품는 거에요. 부질 없더라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이것도 삶이니까. 즐거운 상황이든 아니든 버텨야 해.
  • Q: 긍정. 버팀. 이런 거 되게 뻔한 얘긴데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얘기라 그런지 와 닿게 들리고 또 직접 경험하셨다니 부럽기도 해요. 부러워요. 고마워요. 인터뷰 여기까지 할게요.
  • 앗, 그런데 제 신발 얘기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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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IAN | http://mephisto9.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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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amera: Olympus E-PL1
  2. Aperture: f/1.8
  3. Exposure: 1/80th
  4. Focal Length: 45mm

#12_BROWN OXFORD SHOES, 235mm.

그녀는 수면 안대를 만들어 사람들이 깊은 수면에 쉽게 닿을 수 있도록 돕는다. 남들이 쉽게 눈여겨 보지 않았던 수면 안대라는 도구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결과물을 계속 만들어내는 것 처럼, 그녀는 그녀만의 고민과 생각으로 신발을 대하고 있었다.

  • Q: 되게 고풍스러운 느낌의 신발을 신고 오셨어요. 오늘 특별히 이 신발을 고르게 된 이유가 있나요?
  •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신발은 패션 액세사리로써 그날 옷 입는 것에 맞춰서 신어요. 별다른 의미는 없고요.
  • Q: 불편하더라도 옷에만 맞추시는 편이에요?
  • 신을 편하게 신어도 되는 날은 신발에 맞추어서 옷을 입기도 하고요. 그렇지 않은 날에는 주로 옷에 맞추어 신는데 불편하더라도 신는 편이에요. 저는 주중에는 주로 편하게 신고, 주말에는 구두를 신고. 그런 것 같아요.
  • Q: 주중에는 보통 나가서 일을 하죠?
  • 네. 한 번 나가면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해요.
  • Q: 아. 그렇죠. 가게들이 서울 전역에 있으니까. 신고 있는 이 신발은 언제 사신 거에요?
  • 되게 오래됐어요. 10년 정도.
  • Q: 오래됐는데도 계속 신으시네요. 저는 한 2~3년만 지나도 내가 산 신발이 촌스러워 보이는 거에요. 잘못 샀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데 10년 전에 샀으면서도 지금까지 신는 걸 보면 되게 만족하고 있는 신발인가 봐요.
  • 저는 물건 고를 때 엄청나게 신중해요. 이걸 평생 가지고 갈 것이냐 말 것이냐를 고민하거든요(웃음). 그래서 많이 고민하고 따져서 사요.
  • Q: 근데 그렇게 고민하고 사도 후회하는 때가 있지 않나요?
  • (단호하게) 있어요. 그렇더라도 일단 한 5년은 안고 가는 거 같아요. 지금 내가 이 신발을 예쁘지 않다고 보는 건 현시대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트랜드의 문제. 몇 년 지나면 예뻐 보이겠지. 하는 생각도 해요.
  • Q: 그렇게 지켜보는 기간에는 가끔 써보는 건가요 아니면 아예 묵혀두는 건가요?
  • 넣어놨다가 시즌마다 꺼내봐요. 아 올해도 아니구나. 하고 다시 넣어놓는 거죠(웃음).
  • Q: 이 신발은 어땠나요?
  • 이 신발도 처음에는 쓰임 받지 못했던 신발이었어요. 이 신발을 사러 갔을 때, 같이 갔던 사람이랑 서로 되게 다른 타입의 신발을 샀었어요. 그리고 집에 왔는데 그 친구가 본인이 산 신발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면서 외려 제가 산 신발을 마음에 들어 하는 거에요. 그리고는 자기가 산 것과 바꾸자고 하더라고요. 저도 제가 산 게 그렇게 마음에 쏙 드는 신발은 아니었기 때문에 바꿀만하다는 생각도 들어서 바꾸게 되었던 거죠.
  • Q: 아, 그럼 이 신발이 그 바뀐 신발인 거에요?
  • 네. 바꾸고 나서 한 3년 정도 묵혀뒀다가, 낮은 게 필요하니까 신자. 이러면서 가끔 꺼내 신었어요. 그런데 그러다가 올해부터는 꽤 많이 신게 되었는데 요새는 “그래. 이런 게 있었어야 했어.” 이런 느낌이에요.
  • Q: 그렇구나. 저는 신발을 볼 때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으면 신발이 문제라는 생각만 했었는데, 어떻게 보면 신발은 그대로인데 우리 생각이 다르고 또 그게 바뀌는 거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 네.
  • Q: 신발 고르는 기준이 까다롭다고 하셨는데, 고르는 데 기준 같은 건 있나요?
  • 그 신발의 스타일에 맞게 제대로 디자인이 되었는지가 중요해요. 제대로라는 의미는, (신고 있는 신발을 가리키며)이 신발은 신사화처럼 생겼잖아요. 이런 느낌이 나는 여성화를 만들고 싶었다면, 부속품들, 구멍이 달린 형태가 매끈해야 하는데 여기에 징이 달리면 신사화가 아니라 워커 같아 버리니까 제대로 된 게 아닌 거죠. 그렇게 각각의 디자인 파트가 잘 디자인이 되었는지를 확인해요. 그 밖에는 그리고 소재가 좋은지, 그리고 편한지 보고요.
  • Q: 어떤 신발을 만들 생각이었다면, 이라고 말을 꺼내시는 걸로 봐서는 신발을 보면서 그 신발을 만든 사람의 생각이나 의도를 역시 생각해보시는 편인가 봐요?
  • 맞아요. 어떤 신발을 만들고 싶었고 그걸 잘 찾아서 만들었구나. 하는 게 보이면 그건 예쁜 신발인 거에요. 그런 이미지가 안나오면, 별로 안예쁜거죠.
  • Q: 본인이 만드는 상품도 그런가요? 내가 만든 액세서리나 상품을 사람들이 봤을때, 내가 이런 생각으로 만들었다는 걸 고객들이 알아주길 원하는 거요.
  • 당연히 있죠. 어떤 물건을 사려면 그 물건을 쓰려는 용도가 있고, 더불어 때와 장소가 있는 거잖아요. 거기에 다 부응하는 상품이 그 사람에게 좋은 상품인 거고요. 저는 그것들을 생각하고 만들고, 알아주기를 바라고 있는 거죠.
  • Q: 상황과 시나리오까지 고려한 물건들은 단순하게 쓰임새만 생각해서 만든 상품들과는 분명 다른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만드시는 상품들이 기대되네요. 저는 사실 안대는 한 번도 안 써봤거든요. 그래선지 전혀 생각 안 했던 아이템이기도 해요.
  • 많은 사람이 그래요. 그런데 안대를 쓰면, 암막이 되어서 빛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사람이 렘수면, 깊은 수면에 돌입하기가 쉬워져요. 숙면을 할 수 있게 되는거죠.
  • Q: 직장인들에게 완전 필요한 거잖아요. 요즘 레드불 이런 거 유행하는데 근본적으로 잠 잘 자게 해주는 도구라니 되게 끌리는데요.
  • 그렇죠.
  • Q: 하나 사야겠어요. 다시 신발 얘기할게요. 만약에 이 시대의 최고의 신발 장인이 본인에게 신발을 하나 만들어준다고 하면요. 어떻게 만들어달라고 하고 싶으세요?
  • 그 신발 장인 본인의 지식과 경험을 최대한 마음껏 집어넣은 신발을 만들어달라고 하고 싶어요.
  • Q: 그 신발이 마음에 안 드신다면요?
  • 아니요. 저에게 마음에 들고 안 들고에 관한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그 장인의 노하우가 담긴 신발인 거잖아요. 엄청난 지식도 있겠죠. 그걸 제가 가지게 되는 거에요.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쏟은 물건을. 더 바랄 게 뭐가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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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경 | http://www.lovecellardo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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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amera: Olympus E-PL1
  2. Aperture: f/2.5
  3. Exposure: 1/200th
  4. Focal Length: 45mm

#11_STEVE MADDEN, LEATHER ANKLE BOOTS. 240mm.

상수동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그녀는 흔히 말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지만, 그만의 논리와 규율 속에 살아가고있다. 그녀에게 재미있는 것과 의미있는 것이란 어떤 것을 말하는걸까. 상수동의 한 카페에서 또띠아를 씹으며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Q: 신발 얘기 좀 해주세요.
  • 네. 되게 평범한 앵글 부츠에요. 신발이 많아서 어떤 걸 신고 나올지 되게 고민 많이 했어요. 이 신발은 뉴욕에서 사왔어요. 그런데 어디서 샀느냐면, kg당 2불씩 주는…
  • Q: 신발을?
  • 네. 신발, 옷, 책 이런 걸 한데 묶어서, second hand 가게였어요. 저는 옛날부터 남들 신던 신발을 아무렇지도 않게 잘 신었거든요. 남들이 입던 옷도 잘 입고요. (상의를 가리키며) 이것도 신발이랑 같이 산 거고, 바지는 친구가 준 거고요.
  • Q: 그런 가게가 뉴욕에 많이 있어요?
  • 네. 숨어있는 곳이 많아요. 사실 한국에도 많은데 한국에서는 그런 가게에서 파는 제품들의 수준이 아주 낮죠. 그래서 마음에 드는 걸 고르기가 되게 어렵지만, 뉴욕에서는 특이한 게 아주 많더라고요. 하지만 아무래도 딱 맞는 치수를 고르기는 어려워요. 제 발이 235, 40인데 이 신발은 250이거든요. 그런데 작은 건 못 신더라도 큰 건 어떻게든 신을 수 있잖아요.
  • Q: 끌면서라도.
  • 네. 그래서 그런 마음에 (이 신발을) 사온 거에요. 완전 소가죽이고, 스티브 메이든이라고 유명한 신발 브랜드에요. 그런데도 고작 1불 정도에 산 거에요. 이 신발뿐 아니고 열 켤레 정도 더 샀던 것 같아요. 다른 옷들도요. 그래도 엄청나게 싸서인지 돈이 얼마 안들었어요. 결국에는 물건값 보다 택시비가 더 많이 나왔다니까요.
  • Q: 한국에 가져올 때에는 문제 되지 않았어요? 수하물 용량 제한이라든지.
  • 글쎄요, 그러게요. 무거웠을 텐데 그게 문제 되지는 않았어요. 그러고 보면 저는 운이 되게 좋은 거 같아요. 여행을 되게 쉽게 하게 돼요. 예를 들어서 그런 상황에서 20kg이 넘어요. 그러면 항공사 직원은 항상 “넘었지만 봐줄게. 그냥 들어가” 이런 경우가 되게 많았어요. 시내에서 사온 망고 이런 거 사가지고 두근두근하면서 가방에 넣었는데 공항에서 검사 같은 거 절대 안 하고. 약간 운빨로 여행했다고 해야 하나.
  • Q: (웃음) 그럼 여행 중 가장 큰 운빨은 뭐였던 것 같아요?
  • 음…제가 모스크바에 여행할 때, 모스크바에 친구가 있기는 했지만 제가 걔네 집에서 지낼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거든요. 근처 유스호스텔에서 지내야겠다는 계획이었고요. 그런데 그게 저만의 생각이었나 봐요. 그 친구가 학교에 수소문까지 했다는 거에요. 한국에서 모스크바로 여행하러 오는 몇 살짜리 내 친구가 있는데, 재워줄 사람을 모집한다고요. 제가 모스크바에 2달 있었는데, 결국 한 달에 10만원 정도씩 썼던 것 같아요.
  • Q: 와, 먹는 것도 해결되고.
  • 네. 게네들이 먹는 것까지 해결해주지는 않아도 되는데, 처음에는 어떤 학생 집에 있었는데 학생 부모님께 너무나 죄송한 거에요. 그 학생은 고작 15살이었거든요. ‘도저히 안 되겠다, 여기서 나와야겠다.’ 싶었는데 또 다른 기회로 다른 집에서 좋은 환경에 방까지 하나 얻게 되고. 그리고 비상금. 돈이 있는 장소를 보여주시면서, 네가 돈이 필요하면 이걸 쓰면 된다고(웃음).
  • Q: 대박. 어떻게 보면 여행으로서의 긴장은 좀 떨어졌을 수도 있겠는데요.
  • 긴장…이라기보다는, 제가 베이징에서부터 시베리아 열차를 타고 여행을 시작한 거였거든요. 이미 시작부터 저에게는 다른 차원의 여행이어서 그저 여행답게 지냈던 것 같아요. 기차를 7일이나 타다 보니까…
  • Q: 재미있었겠다. 부럽다…. 정말 강력한 행운도 있었고요. 한 달에 10만 원이라니. 모스크바가 싼 곳도 아닌데.
  • 그러게요. 안 싸요.
  • Q: 계속 이 얘기하면 너무 부러워질 거 같아요. 여행도 가고 싶어지고. 다시 신발 얘기로 돌아올게요. 아까 이 신발 샀다고 했을 때부터 물어보고 싶었던 건데요. 이 신발은 왜 좋아요? 발 크기보다 큰데도 구매를 결정했던 계기가 뭘까요?
  • 말씀대로 큰 것 때문에 불편해서 명동에 가지고 갔어요. 구두 잘 고치는 곳에 가서 고쳐달라고 했죠. 밑에 뭘 깔아서 높이고 발에 맞게 하는 거에요. 수리비로 샀던 신발 가격의 몇십 배는 냈던 거죠. 저는 새 것을 사는거에 약간 그런 게 있거든요.
  • Q: 그런 게 뭐죠. 부담?
  • 아니요. 새 것을 사는 건 그냥 한번에 쭈욱 뽑아낸 여러 개의 똑같은 제품 중 하나를 고른다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제가 예전에 패션 디자인을 해서 구두 만드는 공정도 공장을 통해서 볼 수 있었거든요. 또 독일 여행하면서도 제일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신발을 만드는 사람의 모습을 찍고 또 그 신발 사진을 찍어서 엽서로 만들어 뿌렸던 거에요. 이제 저 신발을 살 때면 나는 이 사람이 만든 거라는 걸 엽서를 통해 알게 되는 거잖아요. 이렇게 제품을 사면 그냥 찍어내는 제품을 사는 것보다 더 ‘내 것’이라는 느낌이 더 들어요. 잘 다듬고 써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 Q: 뻔한 게 싫다. 이런 생각과도 닮은 걸까요? 이야기가 있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빈티지 옷 같은 것도 그 옷이 살아온 이야기가 있을 거고 패션 디자이너로서 직접 만든다면 만드는 이야기가 있을 테고요.
  • 발견하는 이야기가 있는 것 같아요. 이 신발도 그렇고.
  • Q: 본인은 의미로운 걸 찾는 타입인가 봐요.
  • 그런 거 같아요.
  • Q: 그거 하니까 생각나는데, <블루스웨터>라는 책이 있어요. 프랑스인가 어떤 나라 사람이 어렸을 때 블루스웨터를 난민 구호 물품으로 냈어요.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아프리카를 여행했는데 한 꼬마애가 자신이 어렸을 때 입었던 그 블루스웨터를 입고 있었던 거죠. 목에 달린 택에 있던 본인의 이니셜 사인으로 그걸 확신할 수 있었고요. 그 때부터 그 사람은 지구 반대편의 어떤 일이라도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걸 깨닫고 아프리카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대요. 블루스웨터 이야기. 옷이 만들어낸 이야기인 거죠. 그렇게 옷, 신발 이런 건 모두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거듭 드네요.
  • 맞아요.
  • Q: 그러다 보니 그런 생각도 들어요. 그 블루스웨터 그렇게 구호 물품으로 내고 나서, 완전히 까먹고 있으면 나중에 아프리카에서 그 스웨터를 보더라도 아무 생각 없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그 사람은 발견하고 이야기의 매듭을 지은 거죠. 그건 스웨터의 능력이기도 하지만 그 사람의 능력이기도 한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그런 걸 알아챌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 아…
  • Q: 본인 얘기에요.
  • 아, 제가요? (웃음)
  • Q: 네. 그런 생각 없이 옷을 사입고 물건을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 텐데요. 사물마다 본인의 이야기를 발견하거나 만든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옷이나 신발뿐만 아니라 다른 것에 대해서도 그렇게 대하나요?
  • 모든 사물의 존재를 그렇게 대하는 것 같아요. 저는 고등학교를 1학년까지만 다녔거든요. 그리고 대안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죠. 여행과 학교를 병행했고 패션도 그때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드는 생각은, 내가 하는 모든 행동에 의미를 주고 또 설명할 수 없다면 내가 잘못된 거고 틀린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에요. 한 번 어떤 결정으로 (남들이 가던) 선을 벗어나다 보니까 그랬던 것 같아요. 처음은 그게 너무 힘들었지만 나를 증명하고 내가 하는 행동을 설명할 수 있도록 논리를 만들려고 애썼고 이제는 나에 대한 태도가 그랬던 것처럼 사물에도 그렇게 정당한 논리를 만들었던 것 같아요.
  • Q: 선택에 대한 책임감도 커지겠군요.
  • 네. 소중해지는 느낌. 왜냐하면, 의미를 생각하니까요. 가까이서부터는 의식주도 소중해지는 거죠. 그런 과정이 되게 오래 있었어요. 그 이후로 빈티지를 찾게 되었고, 어떨 때에는 뭔가 신발이나 옷을 사도 무리해서라도 어떤 인디-디자이너의 비싼 옷도 사보고요. 그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느낄 수 있으면요. 매 순간 그런 태도로 살긴 어렵지만 되도록 그렇게 살려고 하고 있어요.
  • Q: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만들고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는 어떨까요? 아. 그전에 먼저, 왜 게스트하우스였어요?
  • <도쿄 원더 호텔>이라는 4부작 드라마가 있어요. 제가 2005년, 호주에서 일할 때 룸메이트였던 언니가 보여줬는데, 호텔을 세우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에요. 그 과정이 되게 창의적이었어요. 실제로 신주쿠 한가운데에 땅을 사서 건물을 올리는 거에요. 실제 건물을 짓기 때문에 드라마가 4부작이래도 분기별로 찍을 수밖에 없었대요. 리얼 드라마. 이걸 보면서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이 이 안에 모두 들어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호텔은 여행 일과 관련있고, 호텔이라 밥도 먹어야 하니 레스토랑 일도 해야 하고. 호텔에 옷가게도 많이 있거든요. 그래서 패션 쪽도 관련이 있고. 제가 좋아하는 건 모두 모여있던 거에요.
  • Q: 어떻게 보면 그 드라마 작가도 본인과 같은 생각으로 이야기를 만들었을 수도 있겠어요.
  • (웃음) 그럴 수도 있어요. 정말로! 어쨌든 그 드라마에 큰 영감을 받아서 생각한 게, 저는 자본도 없고… 진짜 땡전 한 푼 없으니 몸으로 때워야 하니까 ‘호텔에 들어가는 것들을 실제로 모두 배워보자!’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디자인 쪽은 제가 제품디자인을 해봤으니까 어느 정도 기술이 있고, 레스토랑 일을 해봐야 하니까 서울의 한 비스트로에서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그 가게가 되게 작은 샌드위치 가게였는데 나중에는 파스타도 팔고, 사람들은 줄을 설정도로 인기가 좋아졌어요. 작은 가게가 크게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게 된 거죠. 그렇게 저렇게 관련된 일들을 해왔어요.
  • Q: 그리고 게스트하우스를 시작하게 되었고요. 그런데 차리게 될 때까지 여러 가지 난관들이 있었을 거잖아요.
  • 음….
  • Q: 없었어요?
  • 네. 없었는데. 아. 투자금을 받아서 해보려고. 보시면 아시지만(웃음) 저는 상식적인 스타일은 아니에요. 그저 ‘해야지.’ 하는 생각을 했어요. 이 근방 집을 보면 보증금 1,000에 월세 50, 60으로 집을 구하니까 이런 집을 구해서 방 한 칸은 내가 쓰고 한 칸은 게스트하우스를 해야지. 이정도로 생각을 했었어요. 그렇게 찾다가 지금 JAAM의 위치를 딱 발견한 거에요. 여기서 되게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제대로 시작하려니까 돈이 되게 많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지 고민하다가 잔금은 언제 치르기로 하고 일단 계약을 했어요. 계약을 늦게 하면 누군가 이 집을 가져갈 것 같아서.
  • Q: 먼저 잡아둬야 한다는 생각에.
  • 네. 그래서 계약을 하고 어떻게 하지 하다가 투자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 Q: ‘어떻게 어떻게 해서 잘해낼 수 있다.’ 뭐 이런 내용을 쓴 건가요?
  • 그렇다기보다는. “지금 이 시대는…”(웃음) 막 이런 식이었어요. 장엄하게. 그리고 숫자 되게 많이 쓰고. “지금은 여행객 천만 명의 시대…” 이러고. 그렇게 결국 투자받아서 시작하게 됐어요.
  • Q: 기억에 남는 손님은 있어요?
  • 첫 손님이요. 유럽에서 어떤 아티스트 노부부가 왔었어요. 일본에서 전시회를 하고 한국을 들러 돌아가는 사람이었어요. 제가 서핑을 해서 주말에 양양을 갔는데 그냥 “같이 갈래요?” 하는데 정말 같이 가겠다는 거에요. 그래서 같이 갔는데, 지루해하면 어쩌나 해서 걱정했는데 되게 좋아해서 기분 좋았어요. 서핑을 같이 하지는 않았지만, 바닷가에서 책도 읽고 하시면서 좋은 시간 보내셨던 거 같고요.
  • Q: 첫 손님 때부터 그렇게 좋은 추억이 생겼다니.
  • 네. 그래서 그 힘으로 지금까지 하는 거 같아요. 지금보다 더 많은 걸 하고 싶어요. 일 얘기가 아니고 손님들이랑 더 많이 놀러다니고 싶어요.
  • Q: 만나기 전에 정리했던 질문지에는 “지금 하는 일, 게스트하우스 사업 재미있어요?”라는 질문이 있었는데, 이런 질문이 소용없어져 버린 기분이에요. 지금 하고 있다는 자체로 증명되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으니까요. 싫으면 아예 안 할 사람이잖아요.
  • 맞아요 맞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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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람 | http://www.jaamguesthous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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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amera: Olympus E-PL1
  2. Aperture: f/1.8
  3. Exposure: 1/40th
  4. Focal Length: 45mm

#10_NO SHOES, BAREFOOT. 285mm.

부산 출신의 그는 대학진학과 함께 서울로 올라와 여기저기를 떠돌다 몇 년 전 부터 숙명여대 앞에 자리를 텄다. 여대와 해운대는 설렘이라는 느낌으로 같았던 걸까. 이것저것에 쉽게 호기심과 설렘을 느끼던 그는 오늘 느닷없이 신발을 벗고 거리로 나섰다. 그리고 방콕의 카오산로드에 닿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향한다.

    • Q: 기분 어때.
    • 엄청나게 힘들고 피곤해. 맨발 때문에 그런 건지 며칠간 일하느라 밤새고 그래서 그런건지 잘 모르겠어. 이틀 전에는 여행 간다고 되게 들떴는데 지금은 그냥 피곤해.
    • Q: 지금이 가장 들떠야 할 때 아니야? 이제 고작 보딩타임 한 시간도 남지 않았잖아.
    • 마음이 되게 차분하다. 고요한 호수와 같다.
    • Q: 폭풍전야. 이제 폭풍 속으로 들어가는 거지.
    • (웃음) 도착하면 노느라 난리 나겠지.
    • Q: 비행기가 폭풍으로 들어가면 안 되는데.
    • 뭔소리야 이건 또.
    • Q: 오늘 이전에 오늘을 상상했을 땐 어땠어? 이날 신발을 신겠구나! 할 때 떠올렸던 거.
    •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어). 너나 나나 소소하더라도 재미를 위해서라면 미친 짓 많이 하는 사람이니까.
    • Q: 그럼 실제로 벗고 다녀보니까 어때?
    • 글쎄, 신발을 벗고 다니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월감을 느꼈달까. “너흰 이렇게 못하지?”, “너는 이렇게 자연인답게 할 수 없지?” 이런 생각? 사람들이 쳐다보는 걸 보면서 더 재미있었어. 즐기면서 왔어.
    • Q: 어쩐지 표정이 좀 자신감 있어 보이더라.
    • 응. 그러다가 공항에 오면서 들었던 생각은 “이야, 이거 웬만큼 자신감이 있지 않으면 못하겠구나!” 하는 거. 여기는 특히 많이 쳐다본다.
    • Q: 피곤하지는 않았어?
    • 피곤하지는 않았어. 발이 좀 시렵기는 했어. 그리고 우리나라 땅이 되게 다양한 재질의 바닥으로 되어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 Q: 나도 벗고 다녔지만 내가 느꼈던 건, 뜻밖에 위험하지 않았던 것 같아.
    • 응 생각보다 우리나라 길이 잘 되어있다고 생각했어. 서울역도 그랬고.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고, 그런데 이게 방콕에 가면 나쁘겠지?
    • Q: 왜?
    • 방콕 땅 지저분하잖아. 안 가봤냐. 신발 신고 다녀도 험하잖아.
    • Q: 그래도 카오산에서 보면 몇몇 애들 맨발로 다니던데.
    • 아, 발 찢어져. 거기 장난 아니야.
    • Q: (웃음) 방콕 가면 뭐할거야?
    • 방콕은 사실 같이 여행 다닐 사람들 만들려고 며칠 머무는 거야. 사람들 만나게 되면 같이 버스 타고 남부로 가고, 뭐 안 만나더라도 혼자서 남부로 가고, 그 이후에 버스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든, 섬에서 친구를 만들든, 어떻게 되겠지. 혼자 있는 것도 나름대로 괜찮고.
    • Q: 혼자 있는것도 좋겠다고? 너가?
    •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게 좋지만, 이번 여행은 혼자 있는 시간도 필요해. 일도 많이 가져왔고.
    • Q: 일이라니? 여행은 쉬러 가는 거 아니었어?
    • 쉬러 가는 거지…. 그런데 사람들은 내가 쉬러 가는 시간을 가만히 못 내버려 두겠나봐.
    • Q: 그래서 알았다고 했어?
    • 어. 회사 일은 내가 다 한다고 했고. 할 건 해야지. 이건 조금 다른 얘기인데, 그간 조금 내가 정체된 느낌이 있었거든. 발전도 없고. 그전에 늘 자신감 있게 다녔던 건 ‘정말 열심히 산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서 산다.’ 그리고 그게 ‘날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준다’였는데, 요즘은 그걸 찾을 수 없었거든.
    • Q: 그래서 여행에서 그것들을 찾아보려고 가는 건가 보다.
    • 어. 여행도 이제 일상 같다. 매년 가는 여행. 명절 때 부모님 집에 인사드리러 찾아가는 것처럼.
    • Q: 카오산에 있는 가게 아저씨들한테 인사하고. 상점들도 이제 익숙하고 느낌이 오지 않냐.
    • 어디 가면 뭐 살 수 있는지 다 알고. 가면 어떻게 하고 다녀야 하는지 다 알고.
    • Q: 쪼리 같은 거 어디가 싼지 알고.
    • 몇 번째 노점상에서 파는 팟타이가 가장 맛있는지도 알고.
    • Q: 팔지 예쁜 거 파는 곳도 알고.
    • 그렇지.

    • Q: 그럼 다 아는 거 말고, 이번 여행에서는 뭔가 새롭게 알고 싶다. 새로운 것을 하고 싶다 하는 거 있어?
    • 아니. 이번 여행 준비를 하나도 못했어. 컨셉트 잡지도 못했고 어디를 가야 할 지도 못 정했거든. 정한 게 하나도 없어. 그래도 지금 안가면 미칠 거 같았어. 회사일에 치이고, 머리에 똥만 차고. 그래서 지금 안가면 정말 미칠 거 같았어. 그래서 가는 거야.
    • Q: 그래도 이번에는 시작부터 새로운 행동을 했으니까, 이번 여행은 다를 거야.
    • 오늘 이렇게 신발 벗고 다닌 게 연결될지도 모르겠어. 이런 느낌. 자연에 가까워진 느낌. 이런 느낌다운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어. 오면서 그런 생각이 드네.
    • Q: …부럽네.
    • 야. 티켓 끊어. 내일 와. 다음 주에와 송크란(태국의 최대 축제)에.
    • Q: 나 다음 주에 제주도 가. 지금 보딩타임 몇 분 남았지?
    • 20분.
    • Q: 여기서 게이트까지 걸리는 시간은?
    • 30분.
    • Q: 지금 10분 늦었네.
    • 126번 게이트. 여기서 좀 걸려. 딴 얘긴데, 너와 함께 여행하지 못해서 아쉽다. 노는 상황에서는 항상 네가 함께였는데.
    • Q: 거기서 사진 같은 거 보내지마.
    • 염장 사진 100장 보낼게.
    • Q: 핸드폰 부셔버릴거야. (웃음) 늦었으니 그만 가자. 체크인할 때 편할 거야. 신발 안 벗어도 되잖아.

조용상 IS GOING WITHOUT SHOES SO KIDS DON’T HAVE TO. | one day without shoes.




#09_PRO SPECS W POWER 505. 285mm.

그는 상수동에 위치한 스튜디오의 영상 감독이다. 만들어놓고 전할 길 없던 홍대 바닥 뮤지션들의 음악이 그의 손을 타고 세상에 알려졌고 곧 대중들의 눈에 보여졌다. 이제 대중들은 좋아하는 뮤지션이 생겼고 또다른 뮤지션을 찾기 시작했다. 그가 마련한 공간에서.

    • Q: 처음 보는 신발이에요. 언제 사셨어요?
    • 최근에 샀어요. 한 달 안 됐어요. 김연아, 김수현. 요새 선전에 나오잖아요. 프로스펙스 W 타입이라고 기능성 운동화에요. 사야겠다는 계획은 없었는데 아내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충동구매로 본인의 신발과 함께 선택한 거였어요. 저로서는 뜻하지 않은 선물이에요.
    • Q: 신어보니 어떠세요.
    • 여러 면에서 좋아요. 오래 서 있어야 하는 직업을 가진 터라 편한 신발이 좋고, 저는 집과 일하는 곳이 가까워서 걸어 다니거든요. 그렇게 걷는 일이 많아서(좋아요). 몇 년 전에 무릎을 다치기도 해서 이런 기능성 운동화를 사고 싶었어요. 이 전에도 아디다스 운동화를 하나 샀지만, 그것보다 이게 가격도 더 비싸고 기능도 좋은 거 같아요.
    • Q: 아디다스 운동화에 비해 어떤 부분이 더 낫다고 생각하세요?
    • 일단 가볍고, 발에 착 달라붙으니까 걷는데 편하고… 실은, 결혼 전에는 주변의 다른 친구들이 저보고 ‘이멜다의 피가 흐르고있다’ 고…
    • Q: 이멜다가 누구죠?
    • 필리핀 마르코스 대통령 영부인이에요. 예전에 독재정권으로 되게 유명했어요. 나중에 그 독재정권이 무너지면서 이멜다의 사치가 드러났는데, 구두가 수백 켤례. 그래서 그 당시 우리 세대에서는 신발을 좋아하던 친구한테는 이멜다의 피가 흐르고 있다.
    • Q: 옛날에 신발 많이 사셨나봐요.
    • 많이 샀어요. 싱글일 때니까, 국외여행도 많이 갔고요. 오니츠카타이거 우리나라에서 유행하기 전에 제가 한국에 사왔었죠.
    • Q: 사오셨던 건 종류 상관없이 디자인 같은 게 마음에 드는 걸로 사오셨던 거에요?
    • 지금 이 신발이랑 비교해보면 그때는 기능 보다 디자인이 중요시되니까 바닥이 얇아도 예쁘면 샀어요. 젊었을 때니까 오래 걸어 다녀도 괜찮고…. 그런데 이제는 그런 신발을 신다 보면 많이 걸어 다니면 피곤하다고 느껴지더라고요. 힘들고. 슬프지만, 현실적인 얘기.
    • Q: 그렇구나…. 그런데 그러면 그때 많이 샀던 신발들, 지금은 다 어디에 있어요? 이제는 불편해서 안 신으실 거 같은데.
    • 결혼하면서 다 버렸어요. 아내가 낡은 걸 품는 걸 싫어해요. 정리하고, 쓰지 않는 것들은 버리는 편이에요. 그 신발들도 버림을 당했죠.
    • Q: 뭔가 아깝네요. 참, 아까 신발 얘기하시면서 직업 얘기도 하셨는데요. 그게 궁금한 것 중의 하나였거든요. 보통 촬영을 하다 보면 예상보다 오래 서 있어야 한다든지 그런 환경적인 요소들이 있잖아요. 그런 환경에 놓인 직업군의 사람들은 신발을 지금 신으신 것처럼 편한 것 위주로 신게 되나요?
    • 꼭 영상 제작 아니더라도 몸을 쓰면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칠 위험이 있어서 발을 감쌀 수 있는 튼튼한 신발을 필요로 해요. 워커라든지 운동화가 그런 신발에 속하겠죠.
    • Q: 다칠 위험이요?
    • (촬영 장비같이) 뭔가 무거운 것들을 많이 다루다 보니까 발에 찧인다든가 하니까요. 미끄러질 때도 있고.
    • Q: 아, 그러면 예전에 무릎 다치신 것도 그렇게 다치셨던 건가요?
    • 아니요. 작년 1월에 일방통행로에서 역주행하는 차에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무릎 인대가 조금 찢어졌고, 수술 할 정도 까지는 아닌데 관리를 잘 해야죠 앞으로.
    • Q: 얼마 안되셨구나. 큰일 날 뻔 했네요. 지금도 움직이다보면 불편할 때가 있는 건가요?
    • 네. 예전보다는 제한사항이 있죠. 좀 오래 있으면 뻐근하기도 하고.
    • Q: 그래서 신발도 이렇게 편한 신발 위주로 신게 되신 거고.
    • 네. 요새 들어서.

  • Q: 이 신발 신고 찍으시는 영상들. 주로 음악과 관련된 영상들을 찍고 만드시잖아요? 그리고 예전부터 운영하시던 홈페이지도 그렇고요. 어떻게 보면 언더 아티스트를 수면 위로 계속 끌어올리는 작업들이라 볼 수도 있을 텐데요. 그런 일을 하는 이유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 그럴만한 상황이 되어서 시작을 했어요. 졸업하고 나서 꾸준하게 사회생활을 했던 제 직업의 핵심 역량은 영상과 인터넷의 교집합이었어요. 물론 맨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어요. 학교도 영상과는 관련 없는 전산학과를 나왔고, 졸업하고 들어갔던 직장도 대기업에서 휴대 전화의 사용자인터페이스 프로그래밍을 했었어요. 그런데 1년 만에 나왔죠. 그때가 마침 우리나라 인터넷 방송 태동기였어요. 그때 생긴 대표적인 인터넷 방송국 중 한 곳의 사장이 대학교 친구였는데, 거기에 놀러 갔다가 흥미를 느껴서 일을 시작하게 된 거였죠. 그 시작이 제가 10년 동안 회사를 옮기면서도 같은 직업을 유지하게 했던 첫 발걸음이 된 거에요.
  • Q: 그리고 이제 음악 영상도 시작하시게 되고.
  • 네. 그러다가 마지막에 다녔던 회사가 마이스페이스였는데, 어느 때가 되자 브랜치를 철수했어요. 그때부터 집에서 쉬게 되었고, 직장이 상수동에 있어서 마침 아내와 홍대로 이사를 온 상황이었는데 혼자 뭘 할까 하다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거에요. 제가 가지고 있는 영상기술을 가지고 음악 관련된 음악가들의 영상을 아카이브 하고 싶었던 거죠. 그 아카이브 되는 컨텐츠는 어떤 사람들한테 정보가 되고, 어떤 사람에게는 홍보 자료가 될 수 있겠죠. 그 당시에 아티스트들의 널려진 음악, 영상 데이터들은 좀 부족한 거 같아 보였어요. 들을만한, 볼만한 영상들이 아니었다는 거죠. 그래서 시작을 했어요. 마침 당시 카메라도 공짜로 빌려 주실 분이 계셨고 편집 장비도 있어서 제 인건비만 담당하면 다른 데 돈 쓸 일이 없는 작업이었어요. 그래서 주말 공연을 찍기 시작했어요. 저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고 그 의미를 아티스트에게 전하니까 서로에게 맞았던 것 같아요.
  • Q: 그 부분도 좀 궁금했어요. 아티스트 분들을 어떻게 섭외했었는지요.
  • 여러가지 경로를 통해서요. 마이스페이스에서 나오기 한 달 전, 회사 후배가 기획한 뮤지션 릴레이 인터뷰 캠페인이 있었어요. 그전에도 서태지 컴퍼니나 딴지일보,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영상을 담당하고 일하면서 엔터테인먼트쪽 분들과 나름의 교류가 있었고요. 아티스트 섭외 같은 경우에는 상수동 카페 벨로주가 상당 부분을 해결해줬어요.
  • Q: 아, 벨로주에서 하는 공연들을….
  • 그렇죠. 벨로주에서 하는 공연들을 찍는 거였고 거기에 출연하는 음악가들은 벨로주 사장님과 이야기를 끝낸 상태였기 때문에 제가 다가가기가 쉬웠던 거죠. 영상을 다른 곳에서도 찍어봤지만 벨로주가 비주얼로나 사운드가 좋은 장소에요.
  • Q: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지네요.
  • 네. 그렇게 지금까지 음악을 영상에 담아왔던 거 같아요.
  • Q: …좋으세요?
  • (주저없이) 좋죠. 저는 일을 하면서 “몇 년 뒤에 이런 게 되어있을거야” 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스타일은 아니었고 당장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왔던 셈이지만 그러면서도 인터넷 영상서비스에 관한 확신은 항상 있었거든요. 재미도 있었기 때문에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거 같고요.
  • Q: 정말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셨던 거 같아요. 하지만 처음 직장은 그런 회사는 아니었던 거잖아요? 좋은 직장을 뿌리칠 때 주위의 만류도 있었을 텐데.
  • 저는 복잡하게 생각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사내에 저랑 비슷한 환경의 5년 선배가 있었는데 지난 5년 동안 뭘 했는지를 물어봤더니 (휴대폰) 모델만 계속 바꿔가면서 똑같은 일을 하고 있는 거에요. 반복적인 일이죠. 제가 전산과를 나오긴 했지만 그건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당시가 IMF 시절이었어요. 그 회사도 인력의 30~40%를 감축하는 상황이 온 거에요. 그 감축 대상 인원에 저도 들어가 있었고요. 여차저차 나오게 된 거죠.
  • Q: 첫 회사에서 나오게 되고 인터넷방송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그렇고, 마이스페이스를 나와서 벨로주와 음악 영상을 만들게 된 계기도 그렇고 우연이 많네요. 그런데 다르게 생각해보면 우연은 모든 사람에게 잠재되어있다고 믿는데, 그걸 잘 꺼낼 줄 아신다는, 잡으신다는 생각이 들어요.
  • 제가 사람을 가리지 않는 성격인 거 같아요. 지금 인터뷰도 그런 셈이죠(인터뷰이와 인터뷰어는 이번이 2.5번째 만남이었다). 일과의 인연도 그런 거 같아요. 그게 우연일 수도 있고 캐치일 수도 있고. 제안이 들어오면 잘 거부하지는 않아요. 제가.
  • Q: 제가 볼 때에는 우연3:캐치7정도이신 거 같아요.
  • (웃음)
  • Q: 비슷한 상황이 여행에도 있어요. 어떤 사람들은 여행 가서 되게 무서워해요. 무서운 동네에 가는 것을 주저하기도 하고 사람들 만나는 것도 다 사기꾼이 아닐까 걱정해요. 그러다 보면 여행에서 새로운 만남이랄지 신이 나는 일들이 없어지죠. 사실 위험을 끌어안더라도 어느 정도 무장해제를 하는 게 저는 여행의 맛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떻게 보면 그런 면에서 여행도 되게 잘 즐기실 것 같아요.
  • 네 저는 여행을 많이 갔는데, 여행의 콘셉트가 정해져있어요. 쇼핑, 커피, 클럽. 트랜드를 볼 수 있어서요. 그리고 현지 사람처럼 커피숍에 앉아 커피 마시면서 혼자 지나가는 사람 보는 거 좋아하거든요. 쇼핑 같은 것도. 그런데 저는 오지 같은 곳은 잘 안 가요.
  • Q: 가셔도 적응 잘하실 것 같은데(웃음).
  • 물론 억지로 가게 되면 갈 수도 있겠지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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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태 | http://www.pd4web.com/ , http://music.naver.com/onst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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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amera: Olympus E-PL1
  2. Aperture: f/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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